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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

주민의 일상생활에 대응하는 동네생활권

  • No.262
  • 작성일 2023.03.17
  • 조회수 435007
  • 장민영 부연구위원
  • 성은영 연구위원
  • 정인아 부연구위원
  • 변은주 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함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집과 동네 중심의 일상생활에 맞는 도시공간 재구성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여건 변화와 지역 현안에 맞춘 신속한 대응,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과 공동체 활성화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추진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실질적 생활권역이자 일상생활과 밀접한 동네생활권 단위에서 맞춤형 공간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변화 시대의 일상생활 변화와 ‘동네’의 부상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디지털 기술 확산이 금융·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면,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시대는 디지털 서비스의 일상화를 촉진하며 삶의 방식과 기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이재준 외, 2020; 유창복 외 2020). 재택근무나 온라인 교육의 확산으로 원거리 이동이 줄어들고 동네 안에서 일상생활을 즐기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집 주변 근거리 생활 반경 내에서 먹거리, 즐길 거리, 놀 거리, 일거리 등을 누릴 수 있는 동네 인프라나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접근성, 동네생활 편의성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주택 규모나 주거환경, 소비문화 특성에 따라 동네 환경과 주변 시설의 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네 플랫폼 서비스 확대와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유통, 배달, 커머스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하이퍼로컬(Hyper-local) 플랫폼의 확산뿐 아니라 이웃 간 중고거래, 공동육아, 반려동물 돌봄, 동네시장 등 동네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도 활발해졌다. 또한 주거지역 생활인구 증가와 동네상권의 강세는 일상생활 변화를 가속화하며 동네 경제생태계와 커뮤니티 구축 양상도 달라지게 하고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 활동이 이루어지는 동네생활권

집과 동네 중심으로 재편되는 일상에 맞는 도시공간 재구성, 근린권 중심의 도시계획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동네·근린 단위의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도시계획이론에서 자족성을 목적으로 하였던 생활권 개념(E.Howard, C.A.Perry)이 지역 공동체와 보행 중심의 생활권(J.Jacobs, 뉴어버니즘, 어번빌리지)으로 발전하였고, 최근에는 기후위기와 감염병,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n분 도시 관련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행이나 자전거 이동 반경에서 정주·근로·교육·문화·여가 등의 일상생활을 충족할 수 있는 생활권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고, 파리의 ‘15분 도시’나 상하이의 ‘15분 지역사회 생활권’,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등 해외도시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부산시, 제주도 등에서 생활권계획 수립이나 n분 도시 실현을 위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체계에서는 인구 배분이나 재화·서비스 전달을 위한 하향식 권역 구분에 따라 계획 수립이 진행되었고, 이미 정해진 계획 범위나 사업구역 내에서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다보니 실제 주민들의 생활권역이나 공동체 범위의 차이로 인해 실효성 있는 계획 내용을 담거나 사업 효과를 기대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급변하는 도시공간과 복잡해지는 주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실제 공간 사이의 괴리를 좁힐 수 있어야 하며(신서경 외, 2021), 이에 대한 적정한 공간적 범위로서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집 주변 동네 단위의 생활권을 모색해볼 수 있다.

‘동네생활권’은 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동네·근린 단위 도시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집을 중심으로 장보기·구입, 공공·의료서비스 이용, 통학, 여가·사교 활동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범위, 지역 고유문화를 형성하거나 지역 내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네생활권은 도시공간에 대한 수요나 공간구조의 변화, 주민의 생활패턴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로서 지자체 전역을 획일적으로 구획하는 생활권이 아니라 도시·지역별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통기술 발달에 따른 하루 최대 이동 가능 범위의 1일 생활권이 아닌,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일상생활 편의 증진 등 근린 활성화를 위한 근거리 생활권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동네생활권 설정

최근 근린,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커뮤니티(Community) 등 동네생활권에 해당하는 여러 용어와 개념들이 지역·국가별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 시설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5분 생활권을 설정하는 사례, 기존 생활권을 세분화하여 지역이나 장소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설계 전략을 수립하는 사례 등을 볼 수 있으며, 이때 동네생활권 범위와 경계를 살펴보기 위해 지리적·행정적·통계적 단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서 나아가 도시공간의 기능과 주민의 행태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분석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건강하게 연결된 도시(Healthy Connected City)’의 세부 정책 중 하나로 ‘완전한 근린(Complete Neighborhood)’을 발표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식료품점·공원·학교 등 생활필수시설로의 접근성을 분석하는 20분 동네지수를 개발하였다.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건강하게 살기 좋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 발전 비전인 ‘Five Big Moves’의 실현 도구로 ‘15분 동네(15-Minute Neighborhoods)’를 도입하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식료품점·공원·소매상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9개 시설로의 접근성과 우선순위를 점수화하고, 보행환경에 대한 정량·정성평가를 실시하여, 이를 기반으로 동네 단위의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대구광역시 북구를 대상으로 동네생활권을 탐색해보면, 장보기·구입, 서비스 이용, 여가·사교의 일상생활 활동 목적에 따라 주민들의 동네생활 영역이나 활동 빈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동네별 인구 구성이나 주거지 여건에 따라 주민들의 동네 범위 인식, 커뮤니티 활동, 동네생활에 대한 주민 수요도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


이처럼 동네생활권은 도시·지역별 특성, 인구밀도, 주거지 특성, 주민 활동 및 커뮤니티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화된 규모나 설정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탐색 항목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네생활권을 활용한 공간관리 방안

동네생활권의 도입은 공간관리 범위를 한정하고 대상 주민을 특정함으로써 지역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 추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동네생활권 단위로 공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생활권계획의 세부 공간 단위 관리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활권계획은 도시·군기본계획의 부문별 계획으로서 지침 성격의 계획이자 장기계획이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대응과 실행력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동네생활권계획 수립을 통해 지역 맞춤형 사업 구상과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의 변화에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근린 활성화를 위한 사업구역으로 동네생활권을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근린재생형
활성화지역은 생활권 단위의 생활환경 개선, 기초생활인프라 확충, 공동체 활성화, 골목경제 살리기 목적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 특성을 반영한 동네생활권을 활용하여 활성화지역을 설정하고, 지역에 필요한 생활서비스 도입을 위한 단위사업의 구상이나 동네생활권 내 주민 커뮤니티 범위를 바탕으로 각종 프로그램 사업 운영과 주민참여형 사업추진체계 구축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셋째, 주민들의 일상생활활동 중심지이자 생활권 내 주민들의 접근성이 우수한 장소인 ‘동네거점’에 생활서비스 공급 및 전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동네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다. 변화하는 생활양식과 공간 수요를 고려하고 동네 안에서 주민 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거점의 기능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동네생활권의 의존도가 높은 주민계층의 수요와 특징을 고려하여 서비스 입지와 전달 방식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어린이집, 공원, 양로시설 등 아동과 노인을 위한 시설들은 근접성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15분 생활권 내 도입되는 여타 시설과 달리 5분 생활권 범위 내에 배치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넷째, 동네생활권을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을 위한 공간 단위로 활용할 수 있다. 공급자 위주의 계획 수립 및 정책 추진에서 지역주민과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수요자 중심의 추진체계로 전환이 중요해지면서, 주민참여방안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네 단위에서 공통된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동일 수준의 생활서비스를 받는 주민들로 참여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동네 활성화를 위한 실천과제 발굴과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영국 런던에서는 주민조직인 포럼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학교, 자전거 도로, 커뮤니티센터 및 의료시설 등의 기반시설 마련을 위한 네이버후드 플랜(Neighbourhood Plan)을 수립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수준과 규모에 맞는 개발 행위를 추진하기 위해 주민이 계획 범위의 지정부터 계획 수립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표 하이퍼로컬 플랫폼인 ‘넥스트도어(nextdoor)’에서는 기본적으로 지도 경계를 기반으로 하이퍼로컬 서비스 범위인 네이버후드 영역을 구분하고 있으나 네이버후드의 대표나 설립 멤버인 주민들이 직접 네이버후드 경계를 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대응하는 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에 활용할 수 있는 동네생활권은 도시 규모나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보행일상권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보 30분 내 지역 기반 일자리와 생활서비스 시설을 조성하는 개념인데 반해, 어촌생활권은 중심 어항의 배후 마을과 연접한 마을로 생활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는 5km의 도보권에서부터 지역 여건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범위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역별 주거지 특성과 주민 커뮤니티 특성에 따라 동네생활권을 전략적으로 조성하고 지역의 다양한 현안에 맞춘 시의성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각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동네생활권 설정 방안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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