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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에서의 가상현실 활용

  • No.267
  • 작성일 2023.07.11
  • 조회수 1243585
  • 손동필 선임연구위원
  • 임보영 부연구위원
  • 허재석 연구원

* 이 글은 손동필 외. (2022). 가상환경을 활용한 범죄예방환경설계 요소 도출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함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연구 도구로서 가상현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현실은 실제 현장과 유사하게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층 주거지역의 주거침입범죄에 취약한 건축·공간 요소를 도출하거나, 범죄 두려움을 유발하는 조도 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 영역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아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 CPTED 연구 도구로 부상
1990년대 선도적인 연구들에서는 가상현실이 연구 도구로써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실제로 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들이 증가해 왔으나, 범죄학 분야에서는 가상현실을 연구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비교적 늦었다(Van Gelder et al., 2014). 2000년대 들어서 범죄학 분야에서도 가상현실이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주로 지도, 주택 사진과 같은 정태적 이미지를 특정 환경에 대한 안전, 범죄 두려움, 침입범죄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였으나, 이는 피실험자가 공간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역동적(dynamic) 환경 자극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가상현실은 현실성, 응용 가능성, 피실험자와의 상호 작용성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기존 연구 도구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다(Cozens & Greive, 2002).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 연구 대상지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졌고, 이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들이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현장과 유사하게 구현이 가능한 가상현실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현실과 가상의 공간에 대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대상지를 참조하여 가상환경을 구축하면 현실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다음 그림은 저층 주거지역인 서울특별시 상도로 47길 일대의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참조하여 구축한 가상현실 환경이다. 실제 연구 대상지의 단독주택, 다세대·다가구주택과 가상현실에서 구현된 건축물이 매우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해 보면 가상현실의 현장감은 충분히 확보된 것을 알 수 있다. 가상현실의 물리적 공간감/현실감, 몰입감, 생태학적 타당성의 평균은 5점 만점 중 3.95~4.29점으로 높은 반면, 건강 이상(부작용) 발생 여부의 평균 점수는 1.46으로 낮아 가상현실의 타당성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예방 환경 조성을 위한 가상현실 적용 실험

• 주거침입범죄 취약요소 도출을 위한 건축·공간 가상현실 구축

침입범죄의 가능성은 건축물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뿐만 아니라 개별 건축물의 상태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공간이 정돈되지 않고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하여 영역성이 약한 경우, 울창한 식생 등으로 자연적 감시가 어려운 경우 범죄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Palmer, 2002, pp.11-16). 또한 현관문의 좋은 가시성, 외부로부터 감시에 용이한 많은 창문, 보안상태(CCTV, 알람 설치 등)도 침입범죄에 영향을 미친다(Palmer, 2002, p.12; Van Sintemaartensdijk et al., 2021, pp.657-676; 박소연 외, 2021, pp.82-87).

가상현실은 침입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적용 및 변화를 통해 반복실험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침입범죄 예방을 위한 CPTED 요소를 도출할 수 있다. 다양한 CPTED 요소가 침입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개별 주택의 외부 공간, 건축 특성 변화에 따른 침입범죄 의사를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하였다. 일부 CPTED 요소는 침입범죄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중간 완충공간에 대한 유지관리 상태, 자연적 감시를 위한 낮은 담장은 예방효과가 없거나 크지 않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범죄 두려움 측정을 위한 조도 변화 가상현실 환경 구축

CPTED는 범죄 예방과 함께 범죄 두려움 완화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유광흠 외, 2015, p.18). 범죄 두려움은 어두운 공간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실제 조명환경 및 조도 개선 이후 범죄 두려움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Boyce et al., 2000, p.87; Fotios et al., 2019, pp.571-572). 이에 많은 선행 연구에서 조도 변화에 따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분석하였으며 안정감을 느끼는 조도의 수치를 제시하였지만,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들을 통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Boyce et al., 2000, pp.87-88; 손동필 외, 2021, pp.126-127).

가상현실은 시간대별 자연 조도, 주변 가로등의 조도, 건축물 내부 조명의 점등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조도 변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로의 조도환경 변화에 따른 범죄 두려움을 측정하기 위해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본인 범죄 두려움과 지인 범죄 두려움을 7첨 척도로 응답하게 하였다. 일몰 이후 자연 조도가 낮아지면서 범죄 두려움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주변 가로등이나 건물 내부 조명의 점등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CPTED 분야에서의 가상현실 시범 적용과 향후 과제

시범 적용의 성과 및 한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저층 주거지의 범죄 예방과 범죄 두려움 저감을 위한 CPTED 적용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일부 건축 및 공간적 요소는 범죄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반사적·공적 공간의 정돈 여부나 담장의 높이는 기존 연구와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범죄 두려움은 조도가 높을수록 낮아졌으며 주변 가로등, 건축물 내부의 조명 점등 여부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현실은 실제 현장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들을 제어할 수 있으며, 특히 다양한 요소를 적용 및 변경하여 반복실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가상과 현실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 현장감 및 현실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환경 시범 적용 결과 실제와 유사한 환경의 구축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일부 현장 실험과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실험 결과를 통해 CPTED 분야에서 가상현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과 실제 환경의 차이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실제와 현장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장 기반의 실험과 비교 분석을 통해 가상환경 실험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이론 및 선행 연구와 상이한 결과가 나온 것은 특정 계층으로 피실험자 집단이 제한된 한계가 있었고, 다양한 CPTED 요소와 지역 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리환경 및 상황적 요인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실제 현장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CPTED 요소의 범죄 예방 및 범죄 두려움 저감에 대한 효과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CPTED 분야에서의 가상현실 활용을 위한 향후 과제

CPTED에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PTED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범시설 설치 위치, 색채, 조명, 디자인의 적용 등을 가상현실을 통해 시뮬레이션 해보고, 지역의 여건에 적합한 최적의 CPTED 설계안을 도출하는 수단으로써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PTED 관련 홍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 가상현실이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솔로몬로파크에는 CPTED 홍보·교육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에 가상현실 기반의 CPTED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여 아동과 청소년들의 CPTED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데 물적·인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CPTED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부처, 지자체에서 가상현실을 정책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가상현실 상용화를 위한 R&D 투자가 필요하며, 실무자들이 지역 환경에 적합한 CPTED 사업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도입하여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박소연, 강경연, 이경훈. (2021). 주거침입절도 범행대상 선택 실험 도구로서의 가상현실과 이미지에 대한 비교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37(5), 77-88.
  • 손동필, 현태환, 박유나. (2021). 범죄두려움 저감을 위한 도로조명 조도 기준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손동필, 임보영, 허재석. (2022). 가상환경을 활용한 범죄예방환경설계 요소 도출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유광흠, 조영진, 강석진, 김상문, 이경훈, 김철중, 손동필, 양선순. (2015). 실무자를 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 가이드북. 건축공간연구원.
  • Boyce, P. R., Eklund, N. H., Hamilton, B. J., & Bruno, L. D. (2000). Perceptions of safety at night in different lighting condi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Lighting Research and Technology, 32(2), 79-91.
  • Fotios, S., Monteiro, A. L., & Uttley, J. (2019). Evaluation of pedestrian reassurance gained by higher illuminances in residential streets using the day-dark approach. Lighting Research & Technology, 51(4), 557-575.
  • Palmer, E. J., Holmes, A., & Hollin, C. R. (2002). Investigating burglars' decisions: factors influencing target choice, method of entry, reasons for offending, repeat victimisation of a property and victim awareness. Security Journal, 15(1), 7-18.
  • Van Sintemaartensdijk, I., Van Gelder, J. L., Van Prooijen, J. W., Nee, C., Otte, M., & Van Lange, P. (2021). Mere presence of informal guardians deters burglars: A virtual reality study. Journal of Experimental Criminology, 17(4), 65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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