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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가장 좋은 박물관은 도시 자체다” (손세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 작성일2011/11/14 00:00
  • 조회수3,814

[열린 광장] 가장 좋은 박물관은 도시 자체다        


손세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중앙일보] 입력 2011.09.24 00:10 / 수정 2011.09.24 00:10 

   모든 것이 디지털로 치환되는 시대에도 우리는 매일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누워서 쉴 곳이 필요하다. 디지털 매체가 더 발달하면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미각·촉각도 매체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첨단의 시대에 오히려 박물관 관람객이 증가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유품들에는 진정성이 있다. 도록에 수록된 사진과는 달리 크기와 질감을 가지고 감각을 자극한다. 유품들은 우리가 이야기로 듣고 책을 통해 배우고 사진으로 본 이미지가 실제 세계에 존재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정보의 양이 증가하면 진품을 찾아 진정성을 체험하고자 하는 욕망도 그만큼 커진다. 수많은 매체에 의해 자료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해외여행과 문화재 답사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때 가장 좋은 박물관은 건축과 도시 자체다. 인류 문명의 자산 중 가장 거대하고 종합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고 있는 건물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변할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박물관의 일차적 목적은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는 건축과 도시의 역사적 층위들을 정리해 보여 주는 것이다. 사라져 버린 건축을 재현하고, 현재 남아 있는 건축의 맥락을 해석하고, 앞으로 지어질 건축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삶의 터전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건축가라는 직업의 탄생은 건축의 작업방식을 변화시켰다. 건축가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건축주를 설득하고 다변화된 공사 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해, 또 사회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작품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도면·스케치·다이어그램·사진·축소모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박물관은 이와 같은 자료들을 수집해 정리하고 전시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자료들은 대체로 건축가 개인이 직접 소장하거나 공공건축물인 경우 공사 관련 부서에서 보관해 왔다. 이 때문에 건축물이 완공된 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했다.

 건축박물관이 개관하게 되면 이를 조직적으로 수집해 관리하게 된다.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건축도시 관련 연구자들일 것이다. 아카이브화된 건축박물관 자료실에 파묻혀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배출될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는 교육·정책·홍보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건축문화가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교육 콘텐트로 활용될 것이고, 지난 건축정책의 공과가 앞으로 정책 수립의 탄탄한 기초로 다져질 것이다. 나아가 우리 건축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0년의 절반을 식민 경험과 전쟁으로 얼룩진 국토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복원과 개발 과정이 치열했기에 자료를 수합해 보관하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바깥으로 세계화라는 화두, 안으론 정체성 회복이라는 화두를 동시에 지니게 된 21세기에 있다. 건축박물관 개관이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졌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사업이 됐다.

손세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콘텐츠 제공 담당자

담당부서출판·홍보팀연락처044-417-9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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