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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한옥의 세계화 성공 조건(손세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 작성일2011/11/14 00:00
  • 조회수3,403
최종입력시간 : 2011-07-27 10:34:13

 
눈을 뜨면 ‘한옥’ 뉴스다. 지난 4월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는 한옥의 세계화를 위해 사찰과 향교의 관광상품화를 추진키로 했다.

서울시는 며칠 전 성북동과 은평뉴타운에 각각 50여동과 100여동의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옥건축 지원방안을 확대하고 있고, 산림청에서도 국산재를 활용한 한옥건축 붐을 기대하는 중이다.

목포에는 한옥 스타일 평면에 친환경 텃밭을 갖춘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하고,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동북부에 한옥마을을 수출한다는 기사도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한옥정책이 비로소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한옥의 현대화를 위한 범정부적 계획은 먼저 2007년 ‘한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에 포함되었다.

한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어 2010년에는 ‘국격향상을 위한 新한옥 플랜’이 구체화됐다. ‘新한옥 플랜’은 2020년 한옥 르네상스 시대의 실현을 목표로 각 부처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을 다짐한 액션플랜이다.

신한옥 플랜은 총 4가지의 실천방안으로 구성된다. 한옥을 보급·확산하기 위한 방안, 한옥의 기술개발 및 산업화에 관한 방안, 한옥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방안, 한옥의 적극적 활용방안이 그것이다.

직접적인 한옥건축비 지원을 비롯하여, 현재 한옥 건축비 3.3㎡당 약 1000만원을 6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 민간업체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간 5000채 건설을 유도해 약 1만3000개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 보전가치가 높은 한옥을 등록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옥 정책의 목표에는 두 가지 층위가 겹쳐있다. 첫째는 한국 주거문화의 방향설정에 관한 문제이다. 2008년 조사에 따르면 한옥에 살고 싶다는 응답이 42%로 아파트 선호도 29%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한옥에 살고 싶은 이유로 답한 것은 건강과 심리적 안정이 절대적이다. 인간관계의 소외, 자연과의 단절, 전통의 부재로 평가되는 지금의 주거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옥은 한국인들이 주거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하기 이전에 살았던 주거환경으로서 익숙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주거문화에서 전통의 가치는 곧 경험의 축적량에 비례하는 것으로서, 천 년을 이어온 한옥 주거문화는 거주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더구나 친환경·저탄소의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이기도 해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옥의 부활을 곧 정체성의 회복으로 여기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둘째, 한옥의 세계화 전략이다. 물리적으로 한옥이 외국에 지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한옥의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파생되는 한국문화의 브랜드 가치 향상도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건축의 수출은 건물의 공간적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불교건축을 받아들일 때, 또 근대건축이 소개될 때, 집짓는 방식보다 더 큰 문화가 유입되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옥의 세계화는 곧 한국문화 전반의 세계화와 연계해서 고려되야 한다.

사실 한옥의 매력은 성능에 있지 않고 컨텐츠에 있다. 자연과의 조화, 인간성의 회복, 이를 통한 심리적 안정은 건축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한옥의 세계화 전략 역시 이들 컨텐츠를 종합하는 방향으로 구상되어야 한다. 현대 모바일 산업의 동향에서 볼 수 있듯이, 하드웨어 사양은 기본적인 요소일 뿐 핵심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건축비를 낮추고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 또 한옥을 고층화하고 대공간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단기적 목표라면, 한옥과 한국문화를 접목해서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일 것이다.

신한옥 르네상스는 한옥이 많이 짓는 것을 넘어서서, 한옥을 통한 한국 주거문화의 개선, 한국 문화의 세계화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노력하면서 동시전체를 조망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신한옥 플랜’의 일환으로 올해 5월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개소한 국가한옥센터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성배 기자(sbkim@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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