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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도시재생,‘삶의 질’ 향상에 중점둬야 (시론)

  • 작성일2012/03/27 00:00
  • 조회수3,523
기사입력 2012-02-17 24:00:09 / 건설경제신문

서수정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은 설계과정과 디자인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 사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부여했다. 1987년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위대가 물결을 이뤘다면, 2002년에는 ‘붉은 악마’의 문화적 감수성이 시민들을 개방된 공간으로 결집시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모습의 광장은 한동안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던 도심 속 공간이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해야만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땅히 갈 곳 없는 도시 사람들은 주말 교통체증을 겪으면서 교외로 나가기보다는 광장 한 구석에서 가족, 친구들과 더불어 편안한 주말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여름 뙤약볕에 그늘 한 점 찾기 어려운 광화문 광장이 주말마다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울은 그나마 많은 시도와 실험의 장이 연출되고 있어 시민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쉴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지만 쇠퇴한 지방도시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매력 있는 장소를 만나기도 어렵다.

 지역재생의 성공사례가 많은 영국은 1998년 블레어 정권이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를 의장으로 하는 도시 태스크포스(Urban Task Force)를 구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재생을 정부방침으로 설정하면서 도시설계와 공공장소의 질이 지역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공공장소의 질이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의 가치를 말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공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재생이란 시민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양질의 디자인이 강조된 공공장소가 지역재생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는 영국의 여러 지방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의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은 쇠퇴한 도심지역의 전체를 총괄하면서도 거대한 복합개발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새로운 장소를 창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공공공간의 연계를 잘 보여준다. 리버풀뿐 아니라 버밍햄, 맨체스터, 노팅햄 등은 도시재생에서 도시설계기법이 잘 적용된 우수사례로 보행루트를 중심으로 시청과 공공도서관, 소매점과 카페가 공공공간과 접하면서 활기 있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지금은 이 장소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쇠퇴로 쇠락했던 도시를 다시 되살리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 논의가 한창인 요즈음,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경제적 재생이라는 외피를 두른 대규모 복합개발사업과 빌바오식 관광개발사업을 염두에 둔 자치단체장들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성공사례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결과이고,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쇠퇴한 도시를 살리기 위한 이면에는 장기간에 걸쳐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공공이 선도적으로 투자해 도시활력의 거점이 되는 장소를 만들어, 이를 매개로 다양한 민간조직과 기업이 참여하는 실행조직을 구성하는 지난한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작은 도서관을 짓고 버려진 공터와 번잡한 도로를 공원이나 광장으로 만들고, 창고를 고쳐서 시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등 공공주도의 장소 만들기를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

 리버풀의 도시재생마스터플랜도 2000년 시작돼 2009년에야 비로소 최종안이 공개됐고 그 성과가 지금에서야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쇠퇴과정이 길수록 지역재생 또한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영국을 비롯한 선진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이나 대도시와 다른 방식으로 지역살리기 운동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종합적 시각과 안목을 갖고 지역재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쇠퇴한 지역의 공간을 해석하고 끊임없는 공공재원 투입으로 선도사업을 만들어 가면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영국의 지역재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협력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근거해 공공장소의 질을 높였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며, 장기적 비전과 안목으로 장기간의 실천을 염두에 두고 작은 일부터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쇠퇴도시 전체를 일관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수립, 종합코디네이터로서의 전문가 역할, 시민과 행정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형성 등 공공장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람 중심의 프로세스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2021616273209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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