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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한옥의 기능 현황과 제언 -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흡수 기능을 중심으로

  • No.286
  • 작성일 2024.10.23
  • 조회수 50423
  • 김가람 연구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저감하고,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대하는 시책이 동시에 필요하며 한옥도 예외일 수 없다.

한옥은 과거에 기밀성이 좋지 않아 난방비가 많이 나오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건축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다년간 추진된 한옥신기술개발 R&D 사업으로 보통의 건물보다 높은 수준의 기밀성능을 확보하였고, 온실가스 배출도 저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옥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우수한 탄소저장 기능을 가지고 있다. R&D 실증사업으로 조성된 서울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을 대상으로 탄소저장량을 산출한 결과, 축구장 59개 넓이의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과 유사한, 92t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난과 감염병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마련하였다. 이후 2015년 파리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공표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2021년 기존 법령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지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새롭게 제정하였다.

2010년 이후 유사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국가 차원의 한옥 건축 활성화 정책에서도 건축시장에서 한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옥신기술개발 R&D’ 사업을 통하여 한옥의 환경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하였고, 특히 관련 기술의 개발로 한옥의 기밀·단열성능 등 환경성능을 향상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고 거주환경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한옥신기술개발 R&D에서 개발된 기술을 실증하기 위하여 한옥 공공건축물이 조성되었다.
한옥의 경우 목구조로 되어 있어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철강·시멘트의 사용 체를 줄일 수 있는데, 이들 재료는 제조단계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목재 소비·공급에 최적화된 산업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할 수 있지만 한옥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 저감량, 탄소저장량 등에 대한 기초자료가 부족하여 관련 정책, 사업 제안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건축공간연구원 국가한옥센터(이하 국가한옥센터)에서는 2022년부터 한옥이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한옥신기술개발 R&D의 실증사업으로 조성된 한옥을 대상으로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탄소저장 기능 현황을 조사하였다.

이 글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온실가스 흡수’ 행위를 짚어보고 관련된 한옥의 기능 현황 및 성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 및 정책 현황

•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본법 제정과 온실가스 감축 시책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한 가장 상위법령은 기본법으로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볼 수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배출량이 영(零)이 되는 상태1)를 말한다. 달리 말하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먼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두 번째로 온실가스 흡수량 및 저장량 확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의미를 합쳐서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부른다.2)

관련된 시책들은 ‘온실가스 감축 시책’으로 명명되어 동법 제23조부터 제36조까지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한옥 및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관련된 시책은 동법 제31조(녹색건축물의 확대)에서,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와 관련된 시책은 동법 제33조(탄소흡수원의 확충)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온실가스 배출 저감 관련 제도 및 정책

「탄소중립기본법」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부문별 시책과 관련 하위법령을 두고 있는데, 탄소중립기본법」 제31조(녹색건축물의 확대)와 관련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하 「녹색건축법」)이 그것이다. 「녹색건축법」 제6조(녹색건축물 기본계획 수립)에 근거하여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2020~2024)’이 수립되었고, 기본계획에서 주요하게 다룬 내용은 첫 번째 과제로 선정된 ‘공공부문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시행’이다. 제로에너지건축 보급·확산 방안 측면에서 2020년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조성되도록 한 데 이어, 2030년에는 500㎡ 이상의 모든 건축물이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조성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소규모 주택 에너지 성능기준 강화’ 과제에 따라 향후 한옥에 대한 에너지 성능 향상의 필요성이 증대하였고,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술(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을 적용하기 위한 「한옥 건축 기준」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 관련 제도 및 정책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정의)에서는 ‘온실가스 흡수’란 토지이용, 토지이용의 변화 및 임업활동 등에 의하여 대기로부터 온실가스가 제거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 근거하여 국가는 온실가스의 중장기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목표 중 첫 번째 항목으로 온실가스 흡수량을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33조(탄소흡수원의 확충)에서는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와 관련된 시책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시책을 다룬 하위법령으로는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탄소흡수원 확대를 위한 국내 정책은 주로 산림·임업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건축과 관련된 분야는 목제품 이용 확산 정책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책의 방향성이 산림·임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건축과 관련된 정책은 한정적인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한옥 기밀성 강화 현황

• 한옥의 성능 개선 필요성

2010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한옥 환경성 평가’ 연구에서 전통 한옥의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4.2tCO₂e/㎡)이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주택(2.6tCO₂e/㎡)과 비교하여 단위 면적당 2배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한옥 사용 및 유지보수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건축물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89.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10, p.341). 반면에 자재생산 단계, 시공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대조군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러므로 한옥이 탄소중립 정책과 녹색건축물 조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사용 및 유지관리 단계에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건축 성능 개선이 필요하였다.

• 한옥 기밀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건축 사용 및 유지관리 단계에서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기밀성능, 단열성능 향상이다. 그중에서도 전통 한옥의 경우 구법의 특수성 때문에 기밀성능에 취약한 편이다. 전통 한옥은 목재로 된 다양한 부재를 짜맞추어 구성하는 가구식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가 건조 수축하며 부재와 부재의 사이가 벌어지며 틈이 생겨 기밀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겨울철 전통 한옥의 실내에서 ‘외풍이 분다’는 표현이 바로 취약한 기밀성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2010년 한옥 환경성 평가 연구 이후에 추진된 한옥신기술개발 R&D에서는 기밀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시공 기술을 개발하였다. 개발된 주요 시공 기술로는 벽체 연결부, 지붕의 당골막이와 관련한 것이 있다.

한옥기술개발연구단에서 개발한 관련 기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벽체의 기밀성 확보를 위한 기술로는 기둥과 벽체를 연결할 때 기둥에 홈을 파서 벽체를 단단히 고정되도록 연결하며, 사이에 기밀테이프를 붙여서 보강하는 것이다. 또한 마감 후에는 벽체와 기둥 사이에 실리콘을 시공하여 기밀성을 높이는 방법이다(한옥기술개발연구단, 2022, p.163).



다음으로 지붕의 당골막이 부분은 한옥에서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의 공간을 막는 부재를 말하는데, 전통 한옥의 경우 서까래의 형태가 원형에 단위 부재의 수가 많고 황토와 생석회로 마감하기 때문에 하자 발생 빈도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 연구단에서는 발포스티렌(Expanded PolyStyrene)을 이용한 건식공법을 제안하여 서까래 간 기밀성을 확보하는 것을 제안하였다(한옥기술개발연구단, 2022, p.184).



• 한옥의 기밀성능 측정

2022년 국가한옥센터는 한옥신기술개발 R&D에서 개발된 기술이 적용된 신한옥의 기밀성능이 전통 한옥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두 한옥의 기밀성능 비교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대상지는 R&D 사업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여 조성한 ‘실증한옥’ 10개소 가운데 가장 최근에 조성된 ‘처인성 역사교육관’으로 정하였다. 이곳에 R&D 사업에서 개발한 최신의 기술이 집약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전문기관인 소울텍처(SOUL TECTURE)에 의뢰하여 처인성 역사교육관 2층 다목적실을 대상으로 기밀성을 측정하였다. 전통 한옥의 경우 기존에 조사된 자료를 인용하여 비교자료로 활용하였다.



건축 기밀성 측정 실험은 공인된 기준(ISO 9972:2015)에 근거하여 ‘블로어 도어 테스트’를 실시하였고, 실험의 결과값으로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Air Changes per Hour at 50 Pa pressure difference, 이하 ACH50)을 산출하였다. 친환경설비공학회에서는 일반 건물은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이 5.0회, 에너지절약건물로 평가·인증받기 위해서는 3.0회 이하, 제로에너지건물은 1.5회 이하의 기밀성능을 권장하고 있다.3)

먼저 전통 한옥의 기밀성 측정 사례는 전남대학교산학협력단의 연구사례(전남대학교산학협력단,2017, p.133)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총 14개소의 전통 한옥을 대상으로 기밀성능을 실측하였고,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이 가장 좋은 곳은 25회, 가장 나쁜 곳은 217회로 나타났다.



전통 한옥과 비교를 위하여 현장실험은 2022년 10월 처인성 역사교육관의 다목적실을 대상으로 수행하였고, 실험 결과 기밀성능은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이 4.09회로 나타났다. 에너지절약건물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 건물 기준 5.0회보다 낮은 값으로 준수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전통 한옥과 비교해 매우 우수한 기밀성능을 갖고 있었다.



신한옥과 전통 한옥의 실험값 비교를 통하여 한옥신기술개발 R&D 사업으로 개발한 신기술들이 한옥의 환경성능 개선 및 향상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성능 개선으로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어들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한옥 탄소저장 기능 현황

• 한옥의 탄소저장 기능

한옥은 목구조로 구성되고, 한옥에 사용되는 목재는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탄소저장 기능을 갖고 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산소(O₂)를 방출하며 남아있는 탄소(C)는 저장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한다(김민정, 2021). 실제 수확된 목제품은 제품의 사용기간 내에 탄소를 저장해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방출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재목은 35년, 합판·보드류는 25년, 종이는 2년 동안 탄소를 저장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특히 목조건축물에는 많은 양의 제재목이 사용되고, 폐기되기까지 타제품보다 사용기간이 긴 편이다.

더하여 목구조는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로 구분되는데, 한옥은 중목구조로서 생산된 목재를 규격화하기 위한 가공단계에서 발생하는 목재 폐기물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많은 목재물량이 사용됨에 따라 탄소저장 기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조립식 구조로 유지관리나 폐기단계에서 부분적으로 부재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소저장 기간도 일반 목조건축물 보다 길다.

예를 들면 약 36㎥에 목재를 사용한 건물 1개 동에는 총 9t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 셈이고, 이는 소나무 숲 400㎡에서 1년 6개월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김민정, 2021).

•한옥의 탄소저장량 산출방법4)

한옥은 중목구조의 목조건축물로서 탄소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2022년부터 국가한옥센터는 탄소중립 대응 차원에서 전문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과 협력하여 한옥의 탄소저장량을 산출하였다. 목조건축물 탄소저장량 산출법은 국제기준이 있으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산출식을 활용하였다.

현재 목조건축물의 탄소저장량 산출에 대한 국제 산출기준은 Tier1, Tier2, Tier3로 구분하고 있고, Tier3인 높은 수준으로 갈수록 목재 수종별 ‘목재기본밀도’, ‘탄소함유율’이 세분화되어 정리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재목 탄소저장량 산출은 Tier1 단계로, 목재기본밀도와 탄소함유율은 모든 수종에 대하여 단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2022년에 추진한 한옥 탄소저장량 산출은 Tier1 수준의 산출법을 활용하였다. Tier1 수준의 산출법은 한옥 건축에 투입된 목재물량에 목재기본밀도, 탄소함유율, CO2환산계수를 곱한 값을 먼저 산출하고, 사용된 목재가 운송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하여 탄소저장량을 최종 산출한다. 다만 한옥 탄소저장량 산출 사업은 시작단계인 점을 감안하여, 운송단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구조체가 갖고 있는 탄소저장량만 산출하였다.



• 한옥의 탄소저장량 산출 및 비교

한옥 탄소저장량 산출 시범사업 대상지는 한옥신기술개발 R&D 실증사업으로 조성된 한옥 공공건축물로 선정하였다. 그중에서도 탄소저장량 산출에 대한 교육적 효과 등을 고려하여 시범사업 대상지를 서울의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로 정하였다.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은 본관, 사랑채 및 회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관동 1층은 철근콘크리트조, 2층은 목구조로 되어 있어 2층만 산출 대상으로 하였다. 사랑채 및 회랑은 단층의 목구조로 전체를 산출 대상으로 하였다.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의 탄소저장량 산출 시에는 한옥기술개발연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량산출서를 활용하였다. 목재물량은 실제 설계 내용의 물량과 제재소의 물량산출서 기준 물량으로 구분되는데, 현장 치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호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치목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스(loss)6)를 감안하여 실제 한옥 건축에 사용된 목재의 물량을 기준으로 탄소저장량을 산출하였고, 산출 과정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문을 구하였다.



본관동 및 회랑을 1구역으로, 사랑채를 2구역으로 구분하여 탄소저장량을 산출하였고, 그 결과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은 약 92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탄소 92t은 50년생 소나무 1만 6,794그루의 연간 탄소흡수량이고, 자동차 39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다.7) 이는 또한 축구장 약 59개를 합친 면적(0.4㎢)의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으로,8) 만약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과 유사한 규모의 한옥 공공건축물 7개소가 조성되면 여의도 면적의 숲(2.9㎢)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비숫한 양의 탄소를 한옥에 저장할 수 있다.

한옥의 탄소중립 정책 기여 가능성 및 제언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하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저감하고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대하는 시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건축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9) 그래서 탄소중립을 위한 시책 중 교통 부문과 함께 가장 중요한 부문이 건축 부문으로 「녹색건축법」 등이 제정되었다. 다만 한옥은 건축적 특성을 고려하여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근거하여 특례를 적용받아 「녹색건축법」상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서두에 언급하였지만,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한옥 건축 정책 초반에 전통 한옥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및 실험에서 전통 한옥은 매우 낮은 환경성능을 보여주었던 것 때문이었다.

2010년 이후 한옥신기술개발 R&D 사업을 다년간 추진하며 한옥의 환경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었다. 실제로 2022년 국가한옥센터가 한옥신기술개발 R&D 실증사업으로 조성된 한옥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수행한 기밀성능 실험에서 ACH50 기준 시간당 침기율 4.09회의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옥의 기밀성능은 에너지절약건축물(3.0회)이나 제로에너지건축물(1.5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를 사용하여 가구식 구조로 구성되는 한옥의 형태적·구조적 특성상 건축물의 외피가 단일 부재가 아닌 여러 부재로 구성되고, 천장의 구조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측면에서 한옥의 한계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탄소저장 기능’에 있다. 정수초등학교 한옥교실을 대상으로 탄소저장량을 산출한 결과 총 92t을 저장하고 있고, 해당 탄소의 양은 축구장 59개 면적의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같은 수준이다.

다만 건축 부문의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녹색건축법」과 국내 기술 동향은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어(국토교통부, 2020, p.18)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옥은 관련 기능 개선을 통하여 기존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였고,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탄소저장 기능을 갖추었다. 하지만 ‘녹색건축물’을 판단하는 관련 기준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등에는 건축물 사용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사용 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한옥이 에너지절약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 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련 인증 과정에서 한옥의 탄소저장 기능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추가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흡수원 확대 차원에서 한옥과 같은 탄소저장 기능이 탁월한 중목구조 형태의 목조건축물 조성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향후 녹색건축물과 관련 제도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한옥의 탄소저장 기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국가의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하고 한옥 건축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다.

1)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 제3호, [시행 2024. 1. 1.]

2)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 제7호, [시행 2024. 1. 1.].

3) (사)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 건축물의 기밀성능 기준(KIAEBS C-1:2013)

4) 한국임업진흥원의 내부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함

5) 목재사용량: 대상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의 양, 목재기본밀도: IPCC 2013 품목별 목재밀도(일괄 450kg/m³적용), 탄소함유율: 전건목재 탄소함유율로 일괄 0.5 적용, CO2환산계수: 탄소량을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하는 계수(44/12 적용)

6) 목재의 로스(loss)는 목재 가공 과정에서 목재가 실제 사용 가능하도록 변환되면서 발생하는 손실비율을 의미함

7) 한국임업진흥원과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근거하면 50년생 소나무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랑은 5.53kgCO2, 자동차(승용) 1대 연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2.4tonCO2

8) 축구장 하나의 면적이 7,140㎡이고, 소나무의 식재간격을 5mx5m로 계산하면 소나무 1만 6,794그루가 차지하는 숲의 면적은 41만 9,850㎡로 축구장의 약 59개의 넓이다.

9) 제2차 녹색건축기본계획, 2018년 기준 국내 에너지소비량은 산업(61.7%), 수송(17%), 건축 부문: 가정·상업(16%), 공공(3%) 순으로 나타남

  • 국토교통부. (2020).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법률 제19208호.
  • 김민정. (2021). [탈탄소경제] 빌딩이 탄소 저장 기능...나무로 세워지는 고층 건물들. ESG 경제. 12월 3일 기사.
  • (사)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 건축물의 기밀성능 기준(KIAEBS C-1:2013).
  • 전남대학교산학협력단. (2017). 전통한옥의 쾌적성 및 환경특성 표준화 개발. 산업통상자원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10). 한옥 환경성 평가 및 한옥건축 활성화 추진방안 연구 1(한옥 환경성 평가). 국토교통부.
  • 한국임업진흥원 내부 자료.
  • 한옥기술개발연구단. (2022). 2 신한옥 시공이야기.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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