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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

도심항공교통(UAM) 시대를 준비하는 건축과 도시공간

  • No.248
  • 작성일 2022.06.30
  • 조회수 70191
  • 남성우 부연구위원

UAM 시대에는 도로, 주차장 등 자동차를 위해 사용되었던 공간의 기능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건축물 차원에서는 UAM 인프라가 융복합된 새로운 개념 정의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UAM 비행으로 발생 가능한 소음, 사생활 침해,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설계 단계에서 버티포트의 입지를 선정하고, 비행경로에 따른 건축물의 위치와 높이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UAM 시대가 온다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의 시대가 오고 있다. 1886년 벤츠가 최초로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인류 최고의 이동수단으로 경쟁상대가 없었던 자동차의 대체제로 UAM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국제 사회와 국가, 기업 간 경쟁도 확대되는 추세다.

UAM은 고도로 자동화된 항공기를 사용하여 도시 및 교외 지역 내 낮은 고도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공 운송 시스템을 말한다(미연방항공청). UAM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를 활용하여 동력을 얻기 때문에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UAM 시장은 2020년 70억 달러에서 2026년 1,560억 달러, 2030년 3,220억 달러, 2040년 1조 4,74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한상헌, 2022), 항공사 등 기체 개발회사와 우버 등 플랫폼 업체, 현대자동차 등 모빌리티 기업들이 UAM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연구 개발에 착수함과 함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우버는 UAM 전담 자회사 ‘Elevate’를 2016년에 설립하고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국토교통부, 2020).

국가와 국제사회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은 우선 기체 기술에 관한 기준을 마련 중이고, 일부 기체들은 인증을 진행 중이다(국토교통부, 2020). 2022년 세계경제포럼은 UAM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할 새로운 도시연합을 출범시켰다. 연합 결성에 1차로 참여한 창립 도시 및 지역은 암스테르담, 매사추세츠, 올랜도, 로스앤젤레스, 일드프랑스, 상파울루다(세계경제포럼, 2022).

우리나라도 2020년 5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통해 UAM을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실현·발전시키기 위한 전략과 2025년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와 제도 마련 등을 발표하였으며,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UAM을 국토교통 분야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였다.

이렇듯 UAM이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 건축·도시 분야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새로운 교통수단이 만드는 도시공간의 변화

20세기 초 자동차의 대중화는 도시의 공간구조를 크게 바꾼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원거리 교통수단은 철도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포드의 T 모델 등 대중을 위한 자동차가 생산되고 도로가 건설되면서 보다 먼 지역의 주거지 건설 붐이 일어나고 초교외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의 교외화는 자동차를 소유한 중산층과 노동계급 백인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출퇴근·쇼핑·여행 등 다목적 차량들의 생산도 증가하였고, 자동차 증가에 따른 교통 체증이 도시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이는 새로운 도로의 건설로 이어졌다(American on the Move).

 

 

이렇듯 자동차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이 현대 도시공간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 영향이 크든 작든 UAM의 개발과 보급으로 지금의 도시공간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UAM과 버티포트

그동안 여러 공상 과학 영화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여 왔다. 1982년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는 ‘스피너’라 불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225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제5원소’에는 ‘플라잉카’가 도심 빌딩 사이를 유유히 날고, 빌딩 벽면에 수직으로 주차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가까운 미래에 실현시켜주는 것이 바로 UAM이다. 물론 그 형태는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다. 현재 UAM 비행체의 대표 형태는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aircraft: eVTOL)’다. eVTOL은 도시 권역의 30~50km를 오가며, 기존 헬기보다 높은 150~3,500m 고도를 비행한다. eVTOL은 ‘멀티콥터 방식’, ‘추력 편향 방식’ ‘양력+순항 방식’ 등의 종류가 있으며 현재 세계 45개국에서 약 400개의 UAM 비행체가 개발되고 있다(한상헌, 2022).



UAM의 핵심 인프라는 ‘버티포트(Vertiport)’라고 불리는 수직이착륙시설이다. UAM은 헬리콥터와 같이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다. 헬리콥터 이착륙시설인 헬리포트가 비상용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UAM의 버티포트는 그 이용 빈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버티포트는 이착륙 시 안전을 위해 주변 장애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심 개활지와 이착륙이 용이한 건물 옥상부에 입지하고, 이착륙·충전·정비·탑승·환승을 위한 시설과 각종 상업·판매· 문화·집회 시설 등이 융복합될 것이다(손주찬 외, 2021).

미연방항공청에서는 버티포트 설계를 위한 임시지침 초안인 <Engineering Brief No.105>를 배포하였는데 TLOF(접촉 및 이륙 구역), FATO(최종 접근 및 출발구역), 안전구역, 이착륙 시 시야 확보를 위한 비행규칙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중 건축물 상층부에 설치하는 버티포트 구성도를 살펴보면 승객진입로, TLOF, FATO, 안전구역을 표시한 예시가 나타나 있으며, 위치 식별을 위해 점등되는 비콘과 풍향과 풍속을 알려주는 장비들도 설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착륙 시 비행 시야 확보를 위해 필요한 공간 범위를 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다가오는 UAM 시대를 준비하는 건축과 도시공간

앞으로 다가올 UAM 시대를 대비하여 비행 안전성을 제고하고, 도시 공간구조 변화와 관련 인프라들을 수용하기 위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자동차를 위해 사용되었던 도시공간에 대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지상 교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의 도로들과 주차장 등 시설이 점유하고 있는 도시공간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고, 이러한 공간 중 상당 부분을 공원, 박물관, 공연 센터 등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기술과 혁신, 2021). 20세기 초 자동차의 보급으로 도시공간구조의 대전환이 있었던 것처럼, UAM이 가져올 도시공간의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UAM을 수용하는 건축물에 대한 개념이 정의되고 건축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우버의 ‘UberAir Skyport’ 등 버티포트를 적용한 건축디자인 사례들을 볼 때 단독·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판매시설, 운수시설, 숙박시설, 창고시설, 자동차 관련 시설 등 다양한 시설들이 융복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건축물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UAM의 이착륙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설 면적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버의 ‘Conceptual eVTOL’ 모델 기준으로 약 15×15m 크기의 UAM을 위한 이착륙 공간을 확보한다고 할 때, 안전지역을 포함할 경우 이보다 더 큰 면적이 확보되어야 한다. 참고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에서는 헬리포트의 길이와 너비를 각각 최소 15m 이상으로 하고 이착륙에 장애가 되는 공작물, 조경시설, 난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심에서 UAM 비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문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 그리고 안전 문제를 고려한 도시설계가 요구될 수 있다. UAM은 헬리콥터와 비교하여 작은 프로펠러가 사용되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고는 하나, 도시공간 내에서 이동할 때 건물 내부와 옥외공간에서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기는 어렵다. 또한 건물 근접 비행으로 개인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고, 충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도시설계 단계에서 버티포트의 입지를 선정하고, 비행경로에 따른 건축물의 위치와 높이 등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21년 9월 발간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운용개념서 1.0>에서는 UAM의 안전운항 위험요소로 ‘건물의 높이’를 언급하고 있으며, 비행경로에 따라 지역별 소음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자유로운 비행을 허용하기 보다는 엄격하게 비행경로를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UAM Team Korea, 2021).

100년 전 자동차가 그러했듯, UAM도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과 도시공간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 영향과 변화를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 UAM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건축과 도시공간의 변화를 예측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위한 지혜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국토교통부. (2020).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
  • 미연방항공청. Urban Air Mobility and Advanced Air Mobility. https://www.faa.gov/uas/advanced_operations/urban_air_mobility(검색일: 2022.6.7.)
  • 미연방항공청. (2022.6.) Engineering Brief No.105, Vertiport Design. Draft.
  • 세계경제포럼. (2022.3.29.) Local Leaders Join New Coalition to Advance Urban Air Mobility Around the World.
  • 손주찬, 윤동식. (2021). UAM(Urban Air Mobility) Vertiport 건축계획에 관한 연구. 2021년 대한건축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논문집, 41(1), 94-97.
  • 이중현. (2021).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미래. 기술과 혁신, 499, 10-12.
  • 조상규, 김영현, 박성남, 남성우, 윤호선, 문보람, 이제승. (2021). 스마트도시 기술 및 서비스 특성을 고려한 공간계획 방향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한상헌. (2022). 세계 UAM 시장 리포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웹진. 3월 4일 기사.
  • American on the Move.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https://americanhistory.si.edu/america-on-the-move(검색일: 2022.5.3.)
  • Baxter, S. (2017.2.11.) Dude, where’s my flying car?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242bcf42-eee5-11e6-ba01-119a44939bb6(검색일: 2022.6.7.)
  • Henry Ford Museum. “Every day without a Ford means lost hours of healthy motoring pleasure.” Ford Touring Car.
  • Humphreys & Partners Architects. UBER UNVEILS NEW SKYPORT DESIGNS FOR UBER AIR.
  • Suderman, P. (2017.10.2.) Blade Runner’s 2019 Los Angeles helped define the American city of the future. Voxmedia. https://www.vox.com/culture/2017/10/2/16375126/blade-runner-future-city-ridley-scott(검색일: 2022.6.7.)
  • UAM Team Korea. (2021.9.)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운용개념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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