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혹시 최근에 동네를 이렇게 쭉 걷다가 약간 이런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 어떤 경험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 왜 예전에는 좀 버려져 있던 낡은 창고나 아니면 텅 빈 상가 같은 곳이 어느 날 갑자기 되게 트렌디한 카페나 무슨 복합문화공간 이런 걸로 탈바꿈해서 막 사람들이 엄청 몰려드는 그런 거 보셨을 겁니다.
아, 네네. 주변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사진 찍으라도 많이들 가시고요.
맞아요. 그런데 한 2, 3년쯤 지나서 그 길을 무심코 다시 지나가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굳게 문이 닫혀있고 예전보다 뭔가 더 스산하게 방치되어 있는 그런 풍경 말이죠.
사실 좀 안타까운 상황이긴 한데 요즘 지방 중소도시뿐만 아니라 꽤 여러 곳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든 합니다.
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심층 탐구할 주제가 바로 이 텅 빈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동네마다 주인이 없는 그런 유휴 공간이 늘어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잖아요.
그렇죠. 인구 구조가 변하고 있으니까요.
네. 그래서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무언가를 새로 짓는 그런 익숙한 방식을 넘어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건축자산이라는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열쇠를 통해 어떻게 우리 동네에 다시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 거시적인 흐름을 오늘 한번 제대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네. 오늘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깊이 들여다볼 핵심 자료는요. 건축공간연구원, 그러니까 AURI에서 2025년에 발행한 <지역활성화를 위한 건축자산 활용 선도사업 기획 연구>라는 보고서입니다.
네. AURI 보고서군요.
맞습니다. 이 연구는 현재 지방도시들이 직면한 인구 소멸, 그리고 빈 공간의 증가라는 과제를 아주 냉철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을 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시각이라면 어떤 걸까요?
그러니까 무작정 새로운 외부 콘텐츠를 막 들여와서 억지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자는 겁니다. 이미 그 지역에 존재하면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을 먼저 발굴하고요, 이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활성화의 판을 어떻게 새롭게 짤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죠.
자, 이 내용을 본격적으로 한번 펼쳐보죠. 방금 제가 오프닝에서 잠깐 언급했던 거 있잖아요. 예쁘게 꾸며놨는데 결국 다시 문을 닫아버리는 현상. 이거부터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네.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보고서의 배경을 쭉 살펴보면 사실 과거에도 지자체들이 이런 낡고 비어 있는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서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잖아요.
네, 예산도 꽤 많이 투입이 됐었고요.
주로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화려한 상업시설이나 관광명소로 공간을 싹 바꾸는 식이었는데, 이 방식에서 명확한 한계가 관찰되었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렇습니다. 그걸 보고서에서는 전문용어로 재유휴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재유휴화요? 그러니까 다시 유휴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네요.
네. 정확합니다. 초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공간을 싹 리모델링하고 유명한 프랜차이즈나 당시 가장 유행하는 그런 콘텐츠를 집어넣으면 개장 초기에는 반짝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긴 합니다.
그렇죠. 처음엔 다들 호기심에 가보니까요.
하지만 그런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는 유행이 지나버리거나 아니면 인근의 다른 도시에 더 크고 화려한 시설이 생겨버리면 금방 경쟁력을 잃게 되거든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사실 유행이라는 게 워낙 빨리 변하잖아요.
맞아요. 그렇게 수요가 지속되지 않으니 결국 공간을 유지할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다시 텅 비게 되는 것이죠. 이는 우리가 공간을 다루는 기존의 기획 방식에 구조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도시계획이라는 게 항상 더 크게, 혹은 더 화려하게,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팽창하는 쪽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 같아요.
네. 인구가 늘어날 때는 그게 맞는 방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이제는 그런 무한한 성장을 전제로 한 계획 자체가 현실과 약간 거리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부분이 공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구가 자연스럽게 계속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진다는 전제가 있었잖아요.
네. 다들 그렇게 믿었죠.
그래서 도시의 테두리를 계속 넓히고 새로운 신도시를 짓는 그런 팽창 위주의 관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그래서 보고서는 이제 스마트 축소라는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스마트 축소요? 축소면 축소지, 스마트하게 축소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어, 네.
어감상으로는 공간을 그냥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뭔가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그런 뜻으로 들리는데요?
아주 정확하게 짚으셨습니다. 모든 빈 공간에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해서 억지로 뭔가를 채워 넣으려 하거나 수요도 없는데 무작정 건물을 유지하려 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자체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게 되거든요.
아, 그렇죠. 유지비가 계속 나가니까요.
그래서 스마트 축소는 현재의 인구 규모 그리고 미래의 변화를 아주 현실적으로 인정을 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공간 구조를 지혜롭게 재편하자는 겁니다.
아, 그러니까 무조건 다 안고 가는 게 아니군요.
맞습니다. 잠재력과 보전 가치가 높은 공간을 신중하게 선별해서 거기를 집중적으로 보살피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자연스럽게 비워두거나 녹지로 돌리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하는 것이죠.
아, 그 설명을 딱 들으니 청취자 여러분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떠올리실 수 있는 비유가 하나 생각납니다.
오, 어떤 비유일까요?
마치 우리가 다이어트를 되게 열심히 해서 몸무게가 크게 줄었을 때의 상황 같네요. 체형이 완전히 변했는데도 예전에 입던 되게 헐렁하고 큰 옷에 억지로 내 몸을 맞추려 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새 옷만 잔뜩 사들이는 건 솔직히 별로 현명하지 않잖아요.
그렇죠. 나한테 맞지도 않고요.
그보다는 지금 변해버린 나의 체형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내 옷장 속에 있던 질 좋은 옷을 골라서 정성스럽게 맞춤옷으로 수선해 입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역시 지금의 상황에 맞게 약간 핏을 다듬는 그런 수선의 과정이 필요한 거군요.
와, 정말 아주 훌륭한 비유입니다. 옷을 수선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뭡니까?
어떤 걸 살릴지 결정하는 거 아닐까요?
맞아요. 어떤 원단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잘라낼지 그리고 내 몸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지 되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겠죠. 도시 공간에서도 무엇을 남기고 가꿀지 그렇게 결정을 해야 합니다.
네네.
그리고 바로 그 맞춤옷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핵심 원단, 그러니까 버리지 않고 꼭 살려내야 할 양질의 소재가 바로 이 AURI 보고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지역 고유 자산, 다시 말해 건축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아, 그렇게 연결이 되는군요.
외부에서 유행하는 옷을 무작정 빌려 입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원단을 찾아내는 것이 인구 감소 시대 공간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여기서 제가 청취자 여러분을 대신해서 조금 뾰족한 질문을 하나 던져봐야겠습니다.
네, 질문 주시죠.
앞서 우리가 일반적인 빈 건물이나 유휴 공간에 대해 쭉 이야기했는데 보고서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건축자산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건가요?
아, 네.
솔직히 그냥 동네에 있는 되게 오래되고 낡은 벽돌집이나 쓰지 않는 공장을 좀 근사하게 포장하는 단어는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건축자산의 정의가 단순히 물리적으로 오래된 건물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 단순한 나이가 아니군요.
네, 보고서는 건축자산을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경관적 가치를 지닌 공간 환경 전체로 아주 폭넓게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공간 환경 전체요?
쉽게 말해서 건물의 나이가 100년, 200년 많다고 다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어떤 삶의 궤적이라든가 역사적 사건, 혹은 특유의 골목길 풍경 등 지역의 정체성을 묵묵히 형성해 온 상징성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 그러니까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형의 가치와 맥락까지 다 포함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수십 년 동안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했던 오래된 방앗간이나 아니면 독특한 지붕 형태를 가진 근대식 창고 같은 것들이 아주 좋은 예시가 되겠죠.
아, 머릿속에 그림이 딱 그려지네요.
만약에 이런 것들을 싹 다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전국 어디에나 있는 획일화된 유리 궁전 같은 그런 관광시설을 짓는다면 어떨까요? 당장은 뭐 반짝반짝하고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그 동네만이 가진 진짜 매력은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거거든요.
맞아요. 어딜 가나 똑같은 풍경이면 굳이 거기 갈 이유가 없죠.
그래서 건축자산을 활용한다는 것은 지역의 특색이 아주 짙게 묻어나는 장소를 중심에 딱 둠으로써 다른 지역으로는 절대 대체 불가능한 그런 진정한 지역다움을 회복하자는 하나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아, 그 말씀을 들으니, 보고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통찰이 훨씬 선명해지네요. 결국 지역 활성화라는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네, 정확한 해석입니다.
단계적으로 외부 관광객을 막 끌어모아서 사진 찍고 소비하게 만드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보다는 그 동네에서 실제로 매일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환경을 잘 유지하고, 나아가서 그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궁극적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다가옵니다.
맞습니다. 공간의 진정한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다시 한번 명확히 하는 과정이죠. 관광객은 와서 즐기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은 그 공간에 계속 머물면서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렇죠. 일상 그 자체니까요.
주민들 스스로가 ‘우리 동네 참 괜찮은 곳이야.’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생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부인을 향한 어떤 화려한 지역 활성화 정책도 결국 모래성에 불과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에서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단계, 즉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실시하는 단계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기초조사요? 사실 그냥 동네 돌아다니면서 오래된 건물 사진 찰칵찰칵 찍고 리스트 만드는 그런 일반적인 작업 아닌가요?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지는데요.
겉보기에는 그냥 되게 단순한 리스트업 작업 같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사실 이 기초조사는 우리 지역의 숨겨진 어떤 보물 지도를 그리는 작업과도 같습니다.
보물 지도라니?
이 과정에는 건축 전문가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기억과 구술이 굉장히 중요하게 반영이 되거든요. 예를 들면 ‘여기가 옛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다 같이 김장을 하던 마당이었어.’라던가.
아, 옛날이야기들이 막 나오는군요.
‘이 건물의 이 독특한 창문틀은 우리 지역에서만 나는 특별한 나무로 만든 거야.’ 같은 그런 되게 소중한 데이터들이 하나하나 쌓이는 거죠. 이렇게 지역의 특색을 파악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우리가 가진 공간의 가치를 스스로 재발견하고 지역에 대한 아주 깊은 애착을 형성하게 만드는 굉장히 중요한 첫 단추가 됩니다.
아, 쭉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동네의 정체성을 찾는 그 과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하나의 강력한 활성화 동력이 되겠네요.
그렇죠. 자부심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이 모든 철학적이고 이런 이론적인 방향성들이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아마 들으시면서 ‘취지는 참 좋은데 이게 진짜 우리 동네 관공서에서 행정적으로 어떻게 구현된다는 거지?’ 하는 그런 실무적인 의문이 드실 텐데요.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좀 거시적인 추진 체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 부분을 좀 더 클 그림과 연결해 본다면요. 보고서는 이 훌륭한 개념들이 그저 이상적인 말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땅에 되게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3단계의 매우 구조적인 추진 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오 3단계 전략이요? 첫 번째는 뭔가요?
우선 첫 번째 단계는 건축자산 진흥구역을 좀 넓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건물 하나만 달랑 고치고 마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의 골목과 경관을 다 포함한 아주 큰 밑그림, 즉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공간적 범위를 먼저 넉넉하게 정하는 거죠.
일단 도화지를 크게 쫙 펼치는 작업이군요. 그럼 두 번째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두 번째는 그 넓은 구역 안에서 지역 활성화의 앵커 역할을 해줄, 즉 핵심 거점이 될 만한 가장 가치 있는 공간을 콕 집어 발굴해서 법적으로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을 하는 절차입니다.
아, 법적으로 등록을 한다고요?
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이렇게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이 되고 진흥구역으로 묶인 장소들이 그냥 단발성 프로젝트로 탁 끝나버리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예산 지원을 이어가는 제도적 흐름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아, 정말 든든한 구조네요. 그런데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결국 그걸 현장에서 움직이는 건 사람이잖아요. 구역을 지정하고 예산을 딱 내려주는 건 관공서의 역할이겠지만, 그 안을 의미 있는 콘텐츠로 채우고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실무적인 과정은 행정력만으로는 솔직히 좀 벅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매우 예리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거시적인 모델이 현장에서 실제로 성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서가 강력하게 제안하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 구축입니다.
거버넌스라면 협력 체계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공무원들의 행정적인 서류 작업만으로는 공간에 진정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거든요. 공간 전체에 조화로운 마스터플랜을 지휘해 줄 총괄계획가, 그리고 건축과 디자인을 담당할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을 실제로 매일 사용하며 땀 흘릴 지역 주민 협의체가 탄탄한 삼각편대를 이루어야만 합니다.
사실 이런 거버넌스라는 단어가 어울려 일한다는 뜻이긴 한데, 자칫하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그런 상황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좀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을 원할 텐데 주민들은 당장 쓰기 편한 실용적인 시설을 원할 거고요. 약간 방향이 엇갈릴 수도 있잖아요.
아, 네. 현실적으로 그런 팽팽한 의견 조율의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아,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군요.
그래야만 완공 이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민들 스스로 ‘아, 이거 내 공간이다.’ 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단단한 자생력이 생기거든요. 주민들이 철저히 배제된 채 전문가들끼리만 멋지게 지어놓은 공간은 결국 아무도 쓰지 않는 유리 진열장 속의 전시품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배웠으니까요.
아, 맞습니다. 공감이 확 되네요. 오늘 우리가 심층 탐구한 AURI의 연구보고서 내용들을 쭉 천천히 되짚어보니까 쇠퇴해 가는 우리 동네를 살리는 진정한 힘은 밖에서 무언가 화려하고 낯선 것을 새롭게 사오는데 있지 않다는 생각이 확고해집니다.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말없이 서 있었던 되게 평범한 건축자산들의 고유한 가치를 따뜻한 시선으로 재발견하고 그것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체계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그 조심스러운 과정 자체가 도시를 치유하는 훌륭한 방법론이네요.
정말 멋진 요약입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현실의 땅에 적용될 때 비로소 가장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고 봅니다.
그렇죠. 실천이 중요하니까요.
인구가 감소하는 이 거대한 사회적 전환기 속에서 공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남아도는 빈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수준의 어떤 물리적인 고민이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이 소중한 장소와 기억의 결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보듬어서 다음 세대에게 가장 의미 있는 형태로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해답을 찾아나가는 매우 책임감 있고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오늘 우리의 이 긴 대화가 청취자 여러분이 매일 걷는 그 일상의 풍경을 조금 더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길도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작은 생각할 거리를 하나 던져드리면서 오늘 시간을 갈무리할까 합니다. 현대의 도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잖아요. 하지만 어쩌면 그 빠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공간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오랫동안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아, 참 여운이 남는 말이네요.
오늘 청취자 여러분의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여러분에게 어떤 숨겨진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요? 그 낡은 벽돌과 창틀이 품고 있는 시간을 한 번쯤 상상해 보시길 바라며 오늘의 깊이 있는 탐구는 여기서 따뜻한 여운과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